농부에게 길을 묻다
새순은 아무데나 고개 내밀지 않는다.
햇살이 데운 자리 이슬이 닦은 자리
세상에서 가장 맑고 따뜻한 자리만 골라
한 알 진주로 돋아난다.
(김종순 '새순이 돋는 자리')
농부에게 길을 묻다 첫 봄편을 열면 이 시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한장한장 읽어가노라면 이 시가 더욱 생생해진다.
한 알의 진주로 돋아나게 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맑고 따뜻한 자리를 만들어 주시려 힘쓰시는 생산자분들의 노력과 땀 방울이 고스란히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속에서 만나는 새순들이 모두 웃고 있는 것 같아 기분마저 좋아지곤 한다.
과일을 뭘 먹지? 고민하며 들렀던 아이쿱 생협.. 노란 참외를 들고 와선 세척을 하고 가족들에게 하나씩 껍질째 나눠줬다. 깎아 먹는게 일상인 가족들의 의아한 표정 '생협에서 사온 유기농 참외야.. ' 와삭와삭 씹는 소리와 함께 건강함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단어도 많다. 자가육묘, 초생재배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 친환경 전용 위탁육묘장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 힘들지만 파머스쿱 생산자들은 자가육묘를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식물도 꿈을 꿉니다. 나는 열매 몇개 달 거야 식물의 꿈을 키워주는 것이 농부의 몫이라는 생산자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초생재배는 강병택 생산자의 '서로 공생을 위한 전략'이란 말처럼 풀은 땅의 친구이자 과수원의 큰 자산이었다. 과수원에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보며 그 장점을 찬찬히 읽어보기도 했다.
책을 보며 김근호 생산자와 배나무의 교감하는 시간이란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배가 열매로 잎으로 뿌리로 이야기하고 생산자는 그 이야기를 알아듣고 토닥인다. 너무 이쁜 그림이 그려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처럼 사랑받는 과일이 어찌 안 이쁠 수 있을까? 힘듬속에서도 꿋꿋히 자신의 철학으로 이겨내시는 생산자님들께 고마움을 느낀다.
파머스쿱이 지향하는 유기농업!! 땅을 살리는 농업!! 환경&생산자&소비자를 살리는 농업!!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 말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