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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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에게 길을 묻다

김태경7615 2 214

 2018, 7월의 한여름. 대학원에서 철학자 니체에 마음을 뺏기고 이에 바톤을 이어 공부할 자리를 찾고 있었다. 한 지인이 김해 생협 소모임에서 교수님과 니체 강독을 한다는 소식은  연락두절된 옛 애인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생협과의 만남은 사람, 책과의 인연에서 자연, 음식, 나를 연결해 주는 소중한 관계가 되었다.

 

 시간에 쫓겨 인스턴트 간편식, 대형 마트의 할인 코너를 쫓아 다니던 나는 어느새 생협의 새내기가 되었고 작년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구례 하루여행은 생협을 알리는 전도사로 바꾸어 놓았다. "유기농, 무농약 하지만 세상에 그런게 어디있어. 너무 따지지 마, 다 그게 그거지" 흔히 하고 듣는 얘기이고 예전의 나 또한 그랬었다.

 

 봄. 떡잎부터 진짜 자가육모, 벌레는 벌레로 잡는 천적농법, 유기농 참외, 설향

 여름. 유기농업의 조력자인 풀의 새로운 발견, 우리 밀과 보리, 자연순환 농법으로 일군 청포도, 태양과 바람의 기다림으로 일군 유기농 복숭아

 가을. 지속가능한 순환농법으로 일군 쌀, 아이쿱인증의 달걀

 겨울. 발효퇴비와 태양열 소독으로 만든 겨울채소들, 구례김치 공장의 절임배추로 만든 아이쿱 김장 등


 새로이 알게 된 아이쿱만의 유기농법은 파머스쿱 생산자들의 뚝심있는 인생철학이 일구어 낸 산물이다. 니체 철학으로 시작된 생협의 소중한 인연은  파머스쿱  생산자들의 인생철학을 배우고 되었다. "내가 먹는 것이 나이다"라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을 고르는 일은 나를 이루는 유기체이며 곧 바로 나가 되는 셈이다. '농부책 완독 프로젝트'의 끝은 나를 만드는 또 다른 시작이다. 자연과 농부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2 댓 글   
김은경6044 2020.07.29 11:24  
니체로 맺은 인연이 농부에게 길을 묻다로 깊어진 듯하네요. 새롭게 거듭날 태경님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정유리이사장 2020.08.01 11:17  
가끔씩 '내가 먹는게 나'라는 말의 무게가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내가 먹는것, 내가 만나는 사람, 그게 나라면, 나는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야할까 생각합니다. 니체부터 시작된 소중한 인연이 계속 잘 이어지길 바랍니다. 소중한 후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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